문경시 문경읍, 단산 모노레일과 문경새재 우중 산책
비 오는 날 문경새재 옛길엔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진다. 조선 태종 때 개설한 명품 숲길로 걸음걸음마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 교귀정 앞에 소나무 한 그루가 멋들어지게 휘어져 있다. 문경=최흥수 기자. |
“문경에는 보여 줄 게 산밖에 없어요.” 이상열 문경관광진흥공단 이사장은 문경을 이 한마디로 정의했다. 문경읍은 청화산 백화산 희양산 조령산 주흘산 포암산 황장산 등 1,000m 안팎의 봉우리가 능선으로 둘러싼 분지에 자리 잡았다. 백두대간 110km가 문경 땅을 지난다. 코로나19로 갑갑한 나날이 계속되는 요즘, 눈이 시리도록 푸른 산과 가슴속까지 적시는 청량한 공기만 한 자랑거리가 어디 있을까. 내딛는 걸음마다 풍성한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산 구경하는 산, 국내 최장 단산 모노레일
문경 읍내에서 약 6km 떨어진 곳에 단산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해발 959m로 꽤 높지만, 문경에선 명함을 내밀 만한 수준이 못 된다. 박달나무가 많아 단산(檀山)이라 불린다는 것 외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산에 지난 4월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모노레일이 개장했다. 편도 1.8km로 올라갈 때 35분, 내려올 때 25분이 걸린다. 시속 3km 안팎의 느린 속도로 운행하지만 최고 42도의 경사를 오를 땐 놀이시설을 타는 것처럼 제법 아찔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행한다. 하부 승강장 탑승 마감은 오후 5시, 이용료는 성인 왕복 1만2,000원이다.
단산은 문경의 산줄기를 구경하기 좋은 산이다. 모노레일 뒤편 바위산은 성주봉이다. |
단산 모노레일 뒤편으로 우람한 주흘산 능선이 푸근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다. 문경의 진산이다. |
단산은 문경의 산세를 보기 좋은 산이다. 정상에서 어느 방향으로 봐도 우람한 산줄기가 둘러져 있다. 우선 북측으로 문경의 주산인 주흘산(1,106m)이 일품이다. 가운데가 평평한 중절모 모양의 능선에서 치마폭처럼 산줄기가 흘러내리고, 그 끝자락에 전원마을이 그림처럼 자리 잡았다.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삿갓처럼 솟은 월악산도 보인다. 바로 앞의 성주봉(912m)은 다양한 바위 군상으로 덮여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른편으로 보면 비슷한 고도로 높아져 암벽 등반을 하듯 감상하며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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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 정상에 설치된 초승달 모양 조형물에서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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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 정상은 사방으로 전망이 툭 트였다. 문경의 높은 산줄기와 능선으로 둘러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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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어디를 둘러보나 산이다. 조령산 자락 문경 읍내의 건물들이 미니어처처럼 작게 보인다. |
정상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문경 읍내가 산 그림자에 파묻혀 있다. 뒤편으로 조령산(1,025m)이 버티고 있어서 건물들이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문경은 국내에서 최초로 탄광이 개발된 지역이지만, 광산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관산지관’과 향교를 제외하면 읍내에 유서 깊은 고장임을 증명할 유적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문경서중학교 한 귀퉁이에 있는 관산지관은 문경 관아의 객사다. 가운데 주관(主館)을 중심으로 좌우로 부속관을 이은 건물인데, 이마저도 오른쪽 건물은 허물어져 비대칭이다. 그래도 지붕 뒤로 주흘산 능선이 우람하게 펼쳐져 문외한의 눈에도 좋은 터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학교 건물이 능선 일부를 가리고 있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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