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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라ㅡ여행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라 ㅡ

광주광역시 빛고을전세버스 2019. 4. 22. 11:12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읽다가,

무척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만났다.

 

그것은 바로

'이제 취할시간이다! '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취하라!

술이든, 시든, 덕이든 무엇이든,

당신 마음대로.'

 

​이 구절에 대해서 많은 해석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이 '취한다'라는 개념은,

'시간'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지 않나 싶다.

 

가장 쉽게 우리가 술을 먹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시간 관념이 점점 없어지게 된다.

술 맛이 좋다고 계속 먹어대다가,

결국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은 시간에

막차가 끊겨서 애를 먹었던 경험이

한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꼭 '술'과 연관짓지 않더라도,

우리가 '잠'에 취했을 때,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시간이

금새 흘러 가 있는 경험은,

 

몇번 쯤은, 아니면 누군가는

매일 아침마다 경험하고 있을 것 이다.

 

이렇듯, '취한다'라는 것은

곧 '정상적인 개념'의 '시간'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것 이다.

 

보들레르가 여기서 예로 든 세가지는,

'술'과 '시', 그리고 '덕'이다.

 

나는 여기서 '시'의 개념을 조금 바꿔서,

'글에 취하라'라는 말로 조금

바꾸어 해석하고 싶다.

 

'글'에 취한다는 것.

물론 난 아직 이런 경지에 이르러 보지 못했고,

아마 내가 작가가 된다고 해도

과연 그 경지에 이를 지는 의문이다.

 

다만, 내 삶의 최고의 가치가 바로

'글쓰기'라는 걸 생각했을 때,

내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미친듯이

글을 쓰는 모습은,

 

내게는 황홀하게까지 느껴지는 모습이다.

분명 나는 지금 글을 쓰면서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의 '글쓰기'는

'시간'에 학대받고 있다.

 

보들레르의 말대로, 노예인 셈 이다.

하지만 한번씩은, 정말 가끔 한번씩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글을 쓰는 때가 있다. 정말 한번씩은,

 

나 역시 이런 황홀한 순간이 오면서,

'글에 취하는 것' 이다.

글에 취한다는 것. 꽤나 멋진 말이다.

이제까지 늘 술에만 취하고,

잠에만 취했지, 과연 글에 취해보고,

나의 꿈에 취해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반성의 느낌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 글을 쓸 때마다,

한번 실컷 취해보자는 마음으로 쓰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피에르 샤를보를레르 글줌 펌